희망찬 이야기/희망찬 글

[스크랩] 전선의 달밤

무랑이 2017. 5. 19. 12:54

전선의 달밤 //-하태수-


속세를 지듯

옛 날을 정리하며

말없이 살고 싶었다



머리깎고

목탁 두드리며 수도하는

중처럼 지내고 싶었다



머리는 깎았으나 염불도 모르고

속세는 떠났으나

갈수록 옛 날이 그리웁다



중이 절보기가 싫어도

주위엔 철조망 뿐

얽메어

몸과 마음이 붙어있질 못하다



총 잡고

어둠을 경계하는 눈썹에

싸늘한 서리가 맺히는데



달빛만 저리도 밝고

소리없이 고향을 향하는

비행기 한 대 있다


-1980년 병영의 겨울밤에-


덧말--
새벽 3시에 잠이 깼다
밖은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라는데
이 시간쯤에도 눈만 빼꼼히 내놓고 보초서는 군인들도 있으리라
누나네 아들이 철원에서 근무중이고
우리 여친네 아들들도 군대에 보낼 때가 되어가겠다
병영의 겨울밤은 더 춥거늘...

-2005년 1월 12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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