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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싼타는 있다?

무랑이 2017. 5. 19. 14:17

싼타는 있다?


아파트 굴뚝을 타고 찾아다니려면 산타님 고생도 하시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집에는 싼타님이 왔다 가셨다
선물도 아니고 간단한 현금이라서 편하셨을 터이다
큰 아이 때부터 엄마아빠라는 걸 들켜서 싱겁게 되어버린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금도 엄마아빠는 싼타가 주고 계시다며 주장하고 있고
그렇게 믿도록 얘기하고 있다

신즉심(神卽心)이요, 심즉신(心卽神)이라
하나님은 마음으로 보고 믿으며 역사하신다
형체를 보고서 믿음이 아니요
믿음으로서, 마음으로 하나님을 가깝게 모시게 되는 것이다

불즉심(佛卽心)이요, 심즉불(心卽佛)이라
깨달음은 스스로의 마음으로부터 얻는 것이요
이승이라도 깨달음을 얻은 중생이라면 성불(成佛)이라


명절 때 차례를 지내는데 애들이 묻는다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오셔요?”
“그럼, 당연히 오시지”
제사 때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지방을 쓰면서 얘기했다
옛날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제사때면 가족들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며
돌아가셨지만 그 분의 뜻을 기리고 그런 계기로 식구들이 모여
선대와, 지금의 가족과, 후손을 얘기하게 했으리라
음식을 많이 장만하여 제사를 지내게 한 것도 많은 가족을 모이게 함이 아닐까?
아무리 좋은 최신 카메라폰으로도 할아버지할머니가 오신 모습을 확인 할 수 없고
음성으로, 드신 음식의 자국으로도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차례나 제사를 정성스럽게 모시는 이유도 마음으로 맞이하여 드시게 하고
또 그런 마음으로 식구들끼리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며 얘기하는 것일 터이다
제사나 명절 때의 성묘라도 없다면 언제 그렇게 식구들이 다 모여서 음식을 장만하고
그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으며 한 화제로 얘기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할아버지 할머니는 엄마아빠의 마음으로,
그리고 너희들의 마음으로 오신단다


애들에게 용돈을 저금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면서부터 선물보다는 현금으로 준다
어제는 성탄절 이브라고 소래포구에서 먹거리 좀 사다가 썰고, 굽고 해서
식구들끼리 모여 술도 거나하게 하고 떨어져 자고는 새벽에 일어나서 봉투를 준비했다
짠순이 엄마는 2만원같은 신권이라며 새 돈으로 만원짜리 한 장씩을 내놓고
요새 복잡한 일이 풀리고 있는 아빠는 그나마 지갑에서 엄마보다는 쬐끔 더 꺼냈다
봉투에 싼타가 선물을 주고 싶어 할 만큼의 칭찬들을 봉투 가득히 써서 채웠다
싼타는 착하고 맡은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만 선물을 주시기 때문이다
애들 모두의 봉투 앞면에 칭찬만 가득 쓰고서 뒷장에는 이렇게 썼다
“싼타는 계시단다. 엄마아빠의 마음속에
2005년 크리스마스때 싼타 엄마아빠가--”

녀석들이 못되게 굴었어 봐
어디 용돈인들 주고 싶겠는가?
칭찬할만한 일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래서 지갑을 열게 한 것도
결국은 크리스마스때 싼타가 계시기에 엄마아빠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들이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싼타가 있기 때문이요
싼타는 엄마아빠의 마음속에 분명히 계신다
올 해 싼타는 인심이 후하셨다

믿거라
싼타즉심(卽心)이요, 심즉(心卽)싼타이니
싼타는 계시니라


-2005년 크리스마스에 아빠가-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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