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딸이 친구집에서 자고오겠다는데...
큰 딸이 올 해에 고등학생인데
저녁에 친구집에서 자고 오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난감해 진다
어찌 쉽게 허락을 할 수 있겠는가
엄마는 나지막하게 친구집 상황을 묻는다
친구랑 엄마랑 둘만 살고 있는데 다른 친구 한 명이랑 셋이서 자겠단다
내가 먼저 그러라고 했다
자주도 아니고, 쉽게 꺼낸 말도 아닐텐데 거절 할 수가 없다
또 지금까지의 행동이나 친구들하고의 관계를 봐서도
너무 단호하게 거절해 버리면 반발심도 생길 듯 하다
버스타고 간다는 걸 굳이 차로 태워다 주면서 얘기했다
“많이 망설이다가 말 꺼냈지?”
“응”
“그런 줄을 알기에 허락 할 줄도 알았지?”
“아까 망설일 때는 못가게 하는 줄 알았어”
“들어 줄 수 있는 것만 요구하고, 요구한 것은 될 수 있으면 들어주도록 하자”
“걱정하지마, 아빠”
“그래. 한 두 번씩 올바른 행동을 보여줄 때 서로 믿음이 쌓이고
그러면서 네 행동의 폭도 넓어질 수 있을거야”
“아빠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그래, 먼저번에 오빠라는 애 사귈 때에도 아빠 말에 따라줘서 고마웠다”
“히히...지금은 다 잊었어”
“가깝네. 여긴가? 집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전화 해주고”
“응 아빠, 조심해서 가”
“이걸로 과일 좀 사서 들고 가렴”
“아냐, 나한테도 돈 있어”
“그래도 이걸로 사. 내일도 올 때 전화 해. 올께”
“응, 안녕”
“안녕”
어제 데려다주고 또 오늘 데려왔다
혹여 잘못된 길로 가지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이다
막무가내로 내버려 두는 것도 문제다
무관심으로 받아들여지면 그것은 더 문제다
딸 둔 부모만 이러랴
관심과 간섭 사이에서 늘 이렇게 조바심으로 지켜본다
나리야,
네가 엄마되어 이런 글을 읽어보고 생각해 보렴
친구에게서 하루밤을 자고 오겠다고 하는데도
무슨 시집이라도 보낸듯한 기분이 드는구나
그리 멀리 살지만 않으면 놀러 오고
멀리서 살거든 엄마아빠의 마음을 느낀대로 통화라도 하자꾸나
사랑한다, 내 딸
-2005년 1월 9일 아빠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