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이야기/희망찬 글

[스크랩] 홍매(紅梅)분재를 보면서

무랑이 2017. 6. 9. 11:57

 

 

명자나무(홍매로 칭)분재를 보면서--



분재원을 하는 친구에게서 분재를 하나 받아와서 홍매(紅梅)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 친구에게서 가져온 철쭉분재랑 향나무분재를 2년도 넘게 이뻐하면서 키우는게

잘 키운 딸 시집보낸 듯 하다던 그 친구도 기분이 좋았나보다

일부러 날 줄려고 꽃망울이 잔뜩 맺힌 걸로 가져와서

승용차 트렁크를 열라더니 건네준다



우리 집 거실에서도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다 놓았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길고 또 짧게 세 가지로 제 멋대로 뻣은 것이 무질서 한 듯이 자연스럽고

왼쪽 가지만 더 긴 것도

비대칭과 엇박자에서 느끼는 자유분방함을 보는 듯 하다



봄 꽃의 매력중의 하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것이라면

그 중에서도 매화는 큰 줄기나 작은 가지나 할 것 없이 중간중간에서

꽃망울을 움틔워 꽃을 피운다

개량형이라며 여러 색깔이 필 거라더니

아주 새빨간 색이랑 연분홍이랑 어우러져 망울져 있다



매화분재를 먼발치로 감상을 하자니

멋을 아는 우리 선조들이 이 매화를 즐겨서 그림 그렸던 이유가

꽉 차지 않고 빈 공간이 많은 여백의 여유 때문일 듯 싶다

일본 도자기그림은 빈 공간이 하나도 없이 빼곡하게 그려져있지만

우리 도자기나 사군자에서의 매화그림은 한 쪽 가지로만 쭉 뻣은 채로

그려놓고는 나머지는 여백이다

꽉 채워야 하는 조급함에는 멋이 없다

비어있음의 여유와 그 여유에서 나오는 멋스러움이 얼마나 보기에 좋은가



세 개뿐인 가지의 최소한으로 절제된 아름다움과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만 치우쳐져 있어도 오히려 자유분방함을 느끼게 한다

난초 화분이 여성스럽다면 분재에는 한량같은 남성스러움이 있다

가꾸고 보살피기가 조심스럽고 정성이 많이 가는 만큼

분재에서는 여백의 여유와 자유로움과

멋스러움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봄이로다, 홍매야

마음껏 한번 꽃 피워 보자꾸나


-2005년 3월 29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