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출생기념 담금술
출생기념 담금술
첫 애가 태어나면서부터
태어난 당일에 출생기념으로 술을 담갔는데
오늘이 만으로 17년째 되는 날이다
첫 애랑 막내는 포도가 나오는 계절이라서 포도주를 담갔고
둘째는 겨울에 태어나서 인삼주를 담갔다
혹여,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서 따자고 할까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깊숙히 보관해 놓고
가끔씩 꺼내어 아이들에게 각자 자기들 술을 보여주곤 했다
이사를 할 때에도 제일 먼저 조심스럽게 승용차로 모셔다 놓고
금송아지 마냥 크리스탈 우승컵마냥 애지중지 품에 안고서 옮긴다
술 양으로 보면 한 되 정도 되는 것도 있고, 두어되 정도 되는 것도있다
꼭꼭 밀봉하여 술병뚜껑에 개봉일을 명시했는데 모두가 「개봉일 : 하 OO 결혼일」이다
우리 보석들이 결혼할 나이 즈음에는 좋아보이는 병에 세 개로 나눌 것이다.
그중 한 개는 당부하고 싶은 엄마아빠의 쪽지를 넣어 곱게 싸서 신혼여행갈 때 가져가서 허니문중에 둘이 마시게 할 것이고
또다른 두 개는 애들과 우리 부부가 하나씩 보관할 것이다
애들 부부가 보관하는 술은 저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리 부부가 보관하는 술은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생각나면 꺼내서 보거나
우리 부부중에 먼저 가는 이 있거든 혼자 남은 이가 그리움으로 목마를 때 한잔씩 적셔주면 좋을 것이다
나도 일찍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체취를 느껴 보려고 또박또박 펜으로 써내려간 아버지의 일기장을 끌어안고
아버지가 그리워 홀로 흐느끼며 울어본 적이 있다. 그
러면서 가정이라는 것, 가족이라는 것, 부모의 느낌이란 걸 생각했었다
어느 곳이든, 어떤 것이든 아버지에 대한 거라면 쬐끄만 거라도 느끼며 좋아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산모를 병원에 눕혀놓고 곧장 집으로 와서 각자 태어난 당일에 정성스럽게 포도알을 씻었고
인삼 뿌리 사이사이를 닦아냈다
술을 잘 못마시면 어떠랴
술 맛이 덜하면 또 어떠랴
오래 묵을수록 진한 향을 내는 포도주와 인삼주 한 모금이라도
아빠의 사랑이 되어 온 몸 노곤히 스며들게 하리라
세월이 수이 가는가
그래, 술이 잘 익어가고 있다
- 2006년 9월 10일, 우리 큰 딸 생일에 아빠가 쓴다 -
덧글--
가족을 테마로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 글들을 우리 카페에도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식목일이네요
정성껏 나무를 심듯 가정과 가족을 위해 투자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