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목련꽃 내 어머니
목련꽃 내 어머니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목련화가 한웅큼씩 몽우리를 피우는 4월에, 논산훈련소를 마치고서
여러군데 어울리지않아 보이는 헤벌렁한 군복에 따불빽을 메고 자대에 왔다
피어오르는 아지랭이 만큼이나
둥실 떠가는 뭉게구름 만큼이나 부푼 마음으로
긴장과 베일에 쌓인 자대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관물함이 정리되고 집으로 편지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입대하던 날의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세 아들중에 두 아들은 벌써 저 세상 남편있는 곳으로 영원히 떠나보내고
하나 남은 아들이랑 둘이서만 살다가 그 아들마져 군대에 보내야하는 텅 빈 마음이야
하루하루를 번뇌를 다스리는 스님으로 아들 입대일을 맞이 하셨으리라
동구밖에까지 나와서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시고 놓을 수 없다는 듯 그냥 내 손만 잡고 계셨다.
멀리 보내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어찌 한두마디 뿐이랴만
말씀대신으로 계속 내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시는 모습이
백팔염주를 세어 넘기는 노승처럼 묵묵하셨다.
멀리서 먼지를 날리며 산모퉁이로 버스가 돌아서 차는 우리 앞에 멎었다
그래도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고 들고 계시던 작은 가방만을 건네 주셨다
“어머니, 건강하셔야 합니다”
차에 오르며 당부처럼 목메이게 말했는데 그래도 뭐라고 한마디도 하시지 않고
고개만 겨우 끄떡하시고는 버스가 출발했다.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뒷유리창으로 멀어져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분명 울음을 터뜨리고 계셨다
나도 홀어머니를 집에 혼자 남기고 입대를 해야하는 허전함과 설움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울컥 솟구쳐 차안에 사람들이 다 보는대도 뒷 유리창에 손을 기대 선 채 엉엉 울었다
집으로 어머니에게 첫 편지를 보낸지 꼭 5일째 되는 날에 어머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옛날 서당에서 외할아버지가 훈장이셨던 때문에 배운 글 솜씨로
서두에다 또박또박 “보고싶은 내 아들아” 라고 적으시고
그때 동구밖 정류장에서의 마음을 적으셨다.
“내가 너에게는 절대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는 싶었지만 말이랑 눈물이 쏟아 질 것만 같아서
아무말도 못한 것이 지금도 섭섭하구나.“
하지만, 난 보았었다
뒷 유리창으로 멀어져가는 먼지속에 아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쓰러질 듯이 섪게 우시는 그 눈물과 표정까지도 말이다.
“이 엄마는 너를 보내면서도 울지 않았다
너도 군인생활이 고생되더라도 다 참으며 잘 지내거라"
난 다 보았는데도 편지글을 마칠 때까지 결코 울지 않으셨단다.
어머니와 아들간에 서로 거짓말만 하게 되지만
“어머님, 이 아들도 울지 않았읍니다. 앞으로도 울지 않을 거구요”
어머님의 편지를 가슴에 안고서 나도 가만히 말했다
그때의 목련꽃과 함께 생활에서 잊혀져 지내게 되는 어머니지만
봄마다 목련은 새로운 꽃을 피우고
그 봄과 함께 오시는 저기 저 하이얀 목련꽃 어머니!
눈알이 뿌옇게 희미해지는 창 너머의 목련꽃이
어쩜 저리도 내 어머니를 닮았을꼬?
-2005년 4월 7일 하태수-
mbc라디오 신춘편지쇼에 몇 일전 응모한 글이다
그때의 내 어머니 또래가 되어가는 우리 카페 친구들까지 생각하면서 썼다
강원희네 군대간 아들 휴가 나올 때 되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