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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닮고 싶은 친구네 부모님

무랑이 2017. 5. 19. 11:43

닮고 싶은 친구네 부모님


 

 

고등학교 말년 때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부럽게도 그 친구 혼자만 쓰는 독방이 있었다

 

어머님은 좋은 음식솜씨에 먹거리 푸짐히 내어 주시고

아버님은 우리들 좋아라 반기시니 자주 놀러 갔었다

 

친구방에 들어가 있으면

식구들 모두가 하나같이 방문을 함부로 열지 않았었다

특히나 아버님은

우리가 못마땅하게 시끄럽게 굴거나,

몰래 막걸리를 마시거나,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녀석땜에 창문으로 연기가 새 나와도

방문을 확 열어 제치며 나무라신 적이 없으셨다

 

하실 말씀도 안방이나 마루로 불러내서 하시고

나무라실 때에도 잘 모르는 애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야

그 친구랑, 낯익은 한두명 더 불러 세워서

그때야 호통을 치신다

 

그런 아버님이 더 조심스러웠고

너무 멋있었다

나도 저런 아버지가 되고자 했다

 

 

우리 애들도 이제는 슬슬 친구들을 몰고 와서

문 닫아놓고 음악틀고, 깔깔대고, 난리를 쳐도

저들끼리만 있는 방에는 함부로 문여는 걸 삼가고 있다

아니, 꾹꾹 참고있다

 

모델하우스처럼 폼나게 진열해 놓은 식탁위의 과일을

통째로 들고가서 껍질만 앙상히 남겨 놓고 사라져도

우아하게 웃는 얼굴로 또 오라며 쓰다듬어 보내고

냉장고를 아예 싹쓸이 휩쓸고 갔다고 열받아하는 아내도 다독거린다

 

고상하고 너그럽게 자식 친구들을 대하고 싶은데

그렇게 살기가 어렵다는 걸 이제 부모가 되고서야 느끼고있다

 

그래도...

그 친구네 부모님을 닮고 싶다

아내와 같이 노력 할 것이다.

 

2007년10월10일 하태수

 

 

 

 

출처 :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산건회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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