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놓고 퇴근하다가 버스에서 고딩 딸을 만났다.
내 차림새부터 살핀다.
염색도 안하고 헝클어진 머리, 지쳐있는 얼굴, 흐트러진 매무새...
친구들이랑 있는데, 아는 체를 해야 하나...?
만원이라 입구 쪽에 서서 친구랑 수다를 떨며 손짓을 해도 모른다.
망설이다가 불렀더니 “아빠~~!!” 하며 너무나 반갑게 내 곁으로 온다.
애기 때 퇴근하는 아빠를 반기던 해맑은 모습 그대로다.
내가 사춘기 딸에게도 이렇게 반가운 존재였다니 고맙기까지 하다.
하긴 나도 그랬었지.
어머니가 다리를 수술하고 절룩거리며 걸었어도 울 엄니 각선미가 내게는 최고였거늘...
차에서 내려 책가방을 받아 내가 메고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잘나지도 내세울 것도 없는 아빠를 그렇게도 반겨준 딸 손이 따스하다.
내 삶이 별빛이 되어 아빠와 딸이 나란히 걷는 길을 유난히 반짝거리며 비춘다.
이 순간이 행복해 눈가가 촉촉해져서인가...?
-2011년 4월 10일 아빠-
덧글--
우리 가족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글로 써 오고 있다.
짧은 글은 「한 줄 메모장」에도 쓰는데 좀 길어서 이 곳에 적는다~^^**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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