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이야기/희망찬 글

아빠와 소고기

무랑이 2025. 4. 20. 14:44

  ♡  아빠와 소고기  ♡
 
                          -하태수-
 
소고기를 샀다.
양팔이 무겁게 들고나오다가 옛날 생각에 혼자 울컥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여행을 간 온양온천에서 갈비집이라 들어갔다가
소갈비전문점이라고 다시 나와서 닭갈비집으로 들어갔던 생각이 났다.
나오면서 흘끗 본 메뉴판에 적힌 가격표는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때 가장으로서 식구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항상 안고 살고 있다.

그날 이후로 죄없는 닭갈비를... 별로 안 좋아 한다ㅎㅎ
 
코스트코에서 소고기를 꾸러미로 사서 나오다가 고기를 내려다보니 스스로 감격스럽다.
고기를 들고 있는 양팔의 무게만큼 뿌듯해서 혼자 잠시 멈춰 서서,
생각보다 까이거 별거 아닌 코스트코 가격표를 보니 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애들이 한참 자랄때 고기를 많이 먹였으면 키도 더 컸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마음의 부자는 어떤 사람일까?
가격표보다는 메뉴만 보는 사람이면 부자이지 않을까?
나도 오늘은 금액을 안 보고 사고 싶었다.
각각 갈비살에 살치살까지 무더기로 샀다.
두툼하게 구워서 자르지도 말고 뜯어먹자고 할 거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여보랑 애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다가 목이 멘다.

"내가 바로 우리집 가장이다~~!!"

"닭갈비 아니고 소고기라고~~!!"


-2025년 설날 전날에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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