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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능소화의 계절이 오면

무랑이 2017. 5. 19. 12:18

능소화의 계절이 오면


우리 학교다닐때

진도고등학교 교정에 큰 고목나무가

기와지붕으로된 교무실앞에서

힘겨운 가지를 버티며 서 있었다



학교의 역사를 말해주며

늘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던 고목에

이즈음 능소화 줄기가 굵은 담쟁이 넝쿨처럼

늙은 나무를 휘감아 오르고 또 올라서

붉은(? 정확한 색은 아님) 꽃을 피웠다



능소화꽃이

유난히 화사하게 피는 꽃이라서 좋기도 하지만

최고의 절정기때 뚝- 떨어지는 꽃송이가

너무 아쉽고

또 그래서 가슴뭉클하게 좋았다



수백년을 지키며 서있는 고목나무에

가장 아름다울때의 모습으로

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꽃몽우리의 조화가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진도관청으로 변해버린 교정이지만

요즘 흐드러지게 피고 또 지는 능소화를 보면

늙은 고목을 달래주던 화사함이 생각난다



능소화의 계절이 오면,

가장 아름다울때의 미소를 머금고

스스로를 뚝- 떨어뜨리는

능소화의 삶을 생각한다

능소화를 닮으려 먼저 간 인생을 생각한다



-2004년 7월 28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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