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의 계절이 오면
우리 학교다닐때
진도고등학교 교정에 큰 고목나무가
기와지붕으로된 교무실앞에서
힘겨운 가지를 버티며 서 있었다
학교의 역사를 말해주며
늘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던 고목에
이즈음 능소화 줄기가 굵은 담쟁이 넝쿨처럼
늙은 나무를 휘감아 오르고 또 올라서
붉은(? 정확한 색은 아님) 꽃을 피웠다
능소화꽃이
유난히 화사하게 피는 꽃이라서 좋기도 하지만
최고의 절정기때 뚝- 떨어지는 꽃송이가
너무 아쉽고
또 그래서 가슴뭉클하게 좋았다
수백년을 지키며 서있는 고목나무에
가장 아름다울때의 모습으로
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꽃몽우리의 조화가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진도관청으로 변해버린 교정이지만
요즘 흐드러지게 피고 또 지는 능소화를 보면
늙은 고목을 달래주던 화사함이 생각난다
능소화의 계절이 오면,
가장 아름다울때의 미소를 머금고
스스로를 뚝- 떨어뜨리는
능소화의 삶을 생각한다
능소화를 닮으려 먼저 간 인생을 생각한다
-2004년 7월 28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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