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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애인과 함께 간 라이브카페

무랑이 2017. 5. 19. 12:44

애인과 함께 간 라이브카페



엊그제 11월 20일 토요일 저녁

생음악이 잔잔한 라이브카페에서

마누라가 아닌 애인이랑 오랜만에 옆자리로 나란히 앉았다



애인이라는 단어에서도 설렘으로 떨려오듯

몇 년만에 만나서 오붓하게 둘이만 만났다는 기분도 그렇고

늘 보던 아내보다야

정장에 엇비슷이 멘 스카프까지

맨날 보던 모습의 아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멋진 자태에

생음악까지 더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얼마만의 만남인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칵테일에

볼까지 홍조를 띠며 붉으스레한 빰이

손등만 대도 열기가 전해온다



위일청이 통키타를 들고 나와서 흥을 돋우고

이송이 웃옷까지 벗어제치며 열창

이용이 지친 목소리로 앵콜송까지 또 열창



손님들 또래가 비슷하다고

내 나이도 잊고서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좋아라며

맥주도 더 시키고 매상은 올라가고

아무리 카드명세서가 집으로 안 간다고 카드로 스-윽 긁고서

없던 듯 집으로 돌아온 내 늦은 일상은

원위치에서 변함이 없다



가끔씩은 애인도 필요하다

무릎나온 츄리닝 바지차림의 아내보다는

악세사리라고는 귀찮아하는 아내보다는

간간이 선물로 건네 준 귀걸이나 반지를 끼고 나오는 애인이 좋다

반바지에 헝클어진 머리의 남편보다는

늘상 쫌생이처럼 씀씀이를 따지는 남편보다는 비싼 곳에서 팍 쓰는 애인이 좋고

맨발에 슬리퍼로 슈퍼에 다니는 남편보다는

말쑥한 정장에 출입문도 열어주는 매너있는 애인이 좋다



자주 만날 필요는 없다

어쩌다 한번씩은 새로움을 찾아보는게 어떤가

오히려 집에서 아내에게 남편에게 더 잘 할 수도 있다



라이브카페에 제 마누라랑 오는 놈이 몇이나 될까

분위기 내는 드라이브를 남편따라서 한다면 무슨 기분이 날까

아내나 남편은 두고 오라

애인과 함께 해 보라

멋도 내 보고

향수도 슬쩍 뿌리고

살며시 팔짱을 껴서 팔꿈치로 느껴지는 젓가슴의 감촉을 느껴보라

풀 죽은 깊은 곳에서부터의 기운이 샘 솟는다



요즘 많이들 힘들어한다

40대 중반인 우리는 집만 생각해도 버겁고 어깨가 무거운 나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으려거든

애인과 연애해 보시게

분위기 좋은 카페도 좋고

한적한 곳 드라이브도 좋고



멋이라고는 없어진 남편이라도

두루뭉실해진 호박같은 아내라도

원래는 줄 선명하게 그어진 수박이었고 짜릿한 애인이었다

지워지려는 선이건 금이건 다시 그어보자

립스틱 선도 긋고 바지 줄무늬도 세우고

매만지기만 하던 악세사리도 큼지막하게 달고



무릎나온 츄리닝 바지 좀 벗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에서 벗어나

없던 수박줄 새로 넣는 것도 아닌데

원래대로의 수박으로 원래대로의 애인으로

그래 아주 가끔씩이라도 그렇게

애인이 되어보자

애인으로 대해 보자


-2004년 11월 23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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