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장사가 오면
회사 사무실이 경비도 없는 조그마한 건물이다보니
뭘 팔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오고
장애인단체나 무슨 협회라면서 오고
떡이랑 도너츠같은 것을 담아서 오는 사람들도 있고
양말도 들고오고
두루마리 휴지도 들고오고
그래도, 빈 깡통만 들고 얻으러 오는 게 아니라
물건을 가져와서 팔겠다고 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에 좋은가
공짜로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팔아서 이익금을 남기겠다는데
어찌 그냥 보낼 수 있는가
그냥 가라고는 못 하겠다
어렸을 적,
겨울철 농한기에는 우리 어머니가
시골 동네 집에서 찐빵이랑 생엿이랑을 직접 만들어서
추렴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화투로 육백쳐서 집으로 사러오는 사람들에게 팔기도 하고
십일시 장날이랑 읍내 장날에는 소쿠리에 이고가서
아들이 다니지 않는 길목 어귀에 펼쳐 놓고서 팔기도 하셨다
오히려 나는 어머니가 장사하시는 걸 의식하지않고 좋아라 찾아가도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피해서 한적한 자리를 택하셨나보다
어느날엔가
옛날에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만들었던
손바닥만하게 넓적한 찐빵을 어느 아주머니가 머리에 이고 사무실로 왔는데
뜨-아-!
울 엄니를 보는 듯 해서 달려가 껴안을 뻔 했다
이스트냄새 풍기는 그 찐빵을
옛날 맛이랑, 어머니를 생각하며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사기도 하지만
빈 손바닥 벌리면서 구걸하기보다는 얼마나 당당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인가
그래도 내가 팔아줄 수 있는 상황에 있음을 감사한다
오천원이든 만원이든 물건을 건네고 돈을 받아드는 해맑은 표정들을 보면서
굳이 아들을 피하는 어머니기에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울 엄니의 만족스런 미소를 보는 듯 하다
한 두 번씩 그렇게 물건을 사들고 집에 가지고 가면
처음에는 가격이 어쩌고, 질이 어쩌고 하더니만
이제는 체념한 듯 받아주는 아내의 표정마져
빵장수 아줌마와 울 엄니의 미소를 닮아간다
-2005년 3월 19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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