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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화장실 낙서의 추억

무랑이 2017. 5. 19. 12:23

화장실 낙서의 추억



바지내리고 쪼그려 앉으면

어김없이 앞면에 낙서들이 빼곡했었다

「영자랑 누구랑 얼레리꼴레리한다네」 라는 고발성 글부터

아예 일기를 쓰듯이

어제 누가 찾아와서 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끝났다는 것이랑

엎어지고 뒤집어진 나체그림까지



볼일 다 볼때까지 꽤 볼만했는데

요즘은 너무 깔끔해서

영- 밋밋하기만 하다



상당히 소질있어 보이는 녀석의 그림은

실감나게 그리기도 하는데 말야

실실 웃음짓게 하는 글들도 있었고

「애인구함」밑에는 삐삐 번호도 적혀있었지



너무 맑은 물은 고기까지 꺼린다는데

휴게소 화장실에 신문하나도 없이 들어가면

바보처럼 멍청히

앞만 쳐다보고있다가 나온다



멋지고 아름다운 화장실문화에 젖어들면서도

어지러이 눈길을 끌던 낙서에 대한 회상을 하는것은

우리들 나이 세대에게는

낭만으로

또 그리운 추억으로 잊혀져 가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4년 8월 6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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