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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밤나무꽃 향기 땜에 지친다 지쳐

무랑이 2017. 5. 19. 14:29

밤나무꽃 향기 땜에 지친다 지쳐


 

 

동네라고 이사를 와보니까

전에 사람들이 산에 가면 알밤이 널부러져 있을만치 많다며 주워와서 자랑하던

바로 그 밤나무골 동네라네요

 

밤나무골에는 과부가 잠 못 들어 살 수가 없다더니

글쎄 그 것이 요상하단 말여요

아카시아 향이나 장미꽃 향기처럼 조신하지를 못하고

밤꽃 향기는 좀 거시기 혀서

바람둥이 냄새가 나도 너무나 심하게 난단 말이시

 

산자락으로 운동하기 좋게 길을 만들어 놔서 밤이고 낮이고 다니다보면

무쟈게들 남녀가 뒤엉켜서 달리고, 걷고들 하는데

이 야시꾸리한 밤꽃 향기 맡으면서 뭘 생각했을꼬?

 

옛날 스쳐 지나간 머스마들을 하나씩 떠올리지는 안했을라나?

첫번째 그 놈, 싱거운 그 넘, 피식~

두번째 그 놈, 와일드한 그 넘, 미쳐~

세번째 그 놈, 쥑여주던 그 넘, 보고파~

. . .

. . .

 

몇 번째인지도 헷갈리는 그 놈, 지금 신랑 이 넘

 

 

운동으로 땀 좀 쫙 빼고 칼칼이 샤워하고 나서

아까 노골노골하게 맡아 본 그 밤꽃 향기랑 비교는 해 봐야 안 쓰것는가

피곤한 것은 신랑 네 사정이고

난 지금 그런 사정 봐 줄 형편이 못 되게 열받아 있으니께

이리 좀 와보드라고, 언능언능

 

 

동네라고 이사를 잘 못 왔다냐 어쨌다냐

이 동네서 나만 그런 것은 아닐테고

온 동네 남정네들이 누리끼리하니 맛들이 갔어요

심하게 부려 먹을라면 보약이라도 먹여 가면서 부려 먹던가

뭔 꽃이 요다지 찐하고, 징하게 오래도 핀다냐

 

학교 숙제도 벅차 죽겄는디

집에서도 숙제 안 밀리는 것은 기본이고 예습에 복습까지... 헐

후들거리는 다리라도 출근도 해야지, 학교도 가야지

망할 놈의 밤꽃향기랑 비슷한 것 좀 있기로서니

요즘 밤나무골 남자들,  

지친다 지쳐...

 

-2007년 6월 16일 하태수-

 

출처 :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산건회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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