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꽃 향기 땜에 지친다 지쳐
동네라고 이사를 와보니까
전에 사람들이 산에 가면 알밤이 널부러져 있을만치 많다며 주워와서 자랑하던
바로 그 밤나무골 동네라네요
밤나무골에는 과부가 잠 못 들어 살 수가 없다더니
글쎄 그 것이 요상하단 말여요
아카시아 향이나 장미꽃 향기처럼 조신하지를 못하고
밤꽃 향기는 좀 거시기 혀서
바람둥이 냄새가 나도 너무나 심하게 난단 말이시
산자락으로 운동하기 좋게 길을 만들어 놔서 밤이고 낮이고 다니다보면
무쟈게들 남녀가 뒤엉켜서 달리고, 걷고들 하는데
이 야시꾸리한 밤꽃 향기 맡으면서 뭘 생각했을꼬?
옛날 스쳐 지나간 머스마들을 하나씩 떠올리지는 안했을라나?
첫번째 그 놈, 싱거운 그 넘, 피식~
두번째 그 놈, 와일드한 그 넘, 미쳐~
세번째 그 놈, 쥑여주던 그 넘, 보고파~
. . .
. . .
몇 번째인지도 헷갈리는 그 놈, 지금 신랑 이 넘
운동으로 땀 좀 쫙 빼고 칼칼이 샤워하고 나서
아까 노골노골하게 맡아 본 그 밤꽃 향기랑 비교는 해 봐야 안 쓰것는가
피곤한 것은 신랑 네 사정이고
난 지금 그런 사정 봐 줄 형편이 못 되게 열받아 있으니께
이리 좀 와보드라고, 언능언능
동네라고 이사를 잘 못 왔다냐 어쨌다냐
이 동네서 나만 그런 것은 아닐테고
온 동네 남정네들이 누리끼리하니 맛들이 갔어요
심하게 부려 먹을라면 보약이라도 먹여 가면서 부려 먹던가
뭔 꽃이 요다지 찐하고, 징하게 오래도 핀다냐
학교 숙제도 벅차 죽겄는디
집에서도 숙제 안 밀리는 것은 기본이고 예습에 복습까지... 헐
후들거리는 다리라도 출근도 해야지, 학교도 가야지
망할 놈의 밤꽃향기랑 비슷한 것 좀 있기로서니
요즘 밤나무골 남자들,
지친다 지쳐...
-2007년 6월 16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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