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를 키우며--
분재원을 하는 동네 친구에게서
분재를 가져다 키우고 있다
향나무 분재 하나랑
하얀 꽃이 주먹만하게 피는 개량종 철쭉이랑 두 개다
모양새를 위해서 억지로 감아돌린 철사가 안쓰럽기도 하고
손바닥 두어개쯤 되어보이는 면적에
한 삽도 안되는 흙이니 뿌리라야 또 얼마나 되랴
여름에는 땡볕 하루에도 쉽게 목말라하고
겨울에도 이삼일을 넘기면 바싹 말라버린다
보는 기쁨과 아름다운 조화로움을 주는 대신
게으름을 용납하지도 않는다
늘 가까이에서 관심있게 잎에 물 뿌려주고
날자 맞춰서 흥건히 물 줘야하고
거실에 모셔놓고 감상하다가도
볕들면 베란다에 내놓고 햇볕 쪼여줘야하니
그야말로 사랑을 먹고 마시며 자라는게 분재다
밑둥이 팔뚝만큼 굵은게
엄청난 고목같은 위용으로 거실을 떠받들고 있는 모습이
위풍당당 남성스러워
가냘픈 난초와는 옆에서 대조적이다
향나무분재는 변함이 없이 푸르러서 좋고
철쭉은 철쭉대로 봄되면 백옥같이 흰꽃을 나무 가득 피워
한달여를 화사함으로 집안을 장식한다
이제 몇 일만 있으면 우리랑 산지가 2년이된다
첫 해에는 모두가 환호 할 만큼 꽃이 예뻣는데
작년에는 추운 겨울이라고 안쓰러워서 거실에서만 키웠더니
계절감각을 잊고서 어정쩡하게 꽃 몇 개 터뜨리고는
꽃이 맺혀있던 꽃망울에서 새 싹이 모두 나와 버렸다
따뜻한 기온에 봄이 온줄로 알고서 잎을 피워버린 것이다
분재원 친구가 껄걸 웃으며
겨울의 혹독함을 이겨내야 꽃 색깔도 선명하니 곱다며
햇볕이 드는 베란다라면 밤에도 그냥 내 놓으라고 해서
안타까운 눈길만 보낼 뿐
이 소한대한 추위를 이겨내는 걸 걱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가을 쯤에는 제법 낙엽도 붉게 물들였고
그나마 지금은 최소한의 이파리만 꽃망울 주변에 몇 잎 있을 뿐
모두 떨궈내고서 앙상한 가지로 더 춥다
떨어지는 낙엽을 밑에 떨어진대로 그냥 두고 본다
독야청청한 향나무로 위로가 되지만
이 긴 겨울도 끝이 있을터이니
먼 발치의 봄에는, 내 어여쁜 철쭉아
추웠던 기억만큼 밝게 꽃 피워 보자꾸나
-2005년 1월 22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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