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딸기 맛
우리가 사는 아파트단지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뎅그라니 아파트부터 들어 서 있는 곳이라서 앞뒤로 논밭이 많다
땅부자들이 오를만치 오른 땅값 때문에 그 곳에 힘들여 농사를 지을리 없고
빈 땅에다 적당히 10여평씩 나눠서 주말농장으로 분양을 한다
농약도 해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하는 곳은 1년에 평당 1만원 이상씩 받지만
여기는 배부른 지주들인지라 오로지 땅만 내주고 거의 반값이다
우리가 분양받은 면적이 12~15평은 될 거라는데 6만원을 선불로 줬다
아파트 동대표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랑 이웃하여 옆에다 같이 얻었다
4월3일에 분양을 받아서 먼저 연장부터 새 것으로 장만했다
삽 호미 물조루 장화 -- 25,000원
퇴비 3포대 -- 10,500원
비니루 1롤 -- 15,000
복합비료 1봉지 -- 1,000원
씨앗(상추, 부추, 열무) -- 6,500원
1주일 정도있다가 모종도 심었다
그동안 삽으로 땅을 뒤집어 엎고 퇴비도 주고
검정비니루를 사다가 덮어깔고 모종도 심고 주말마다 바빴다
청양고추 -- 20개
안 매운 일반고추 -- 40개
오이 -- 5개
토마토 -- 5개
가지 -- 5개
딸기 -- 12개
상추 -- 80개
땅콩 -- 11개
고구마 모종순 -- 30~40개
감자 -- 8개
호박 -- 3개
옥수수 -- 밭둑으로 3알씩 씨앗으로 듬성듬성 심었고
시금치, 부추, 열무는 고랑을 파서 씨앗을 뿌리고 살짝 덮었다
적어놓고 보니 여러 가지로 참 많이도 심었네
뭘 장사할 것도 아니고 조금씩 애들과 가꿔보자고 한 게 가지 수가 늘었다
비용은 대략, 분양받을 때의 6만원까지 합해서 연장이랑 씨앗이랑 모종까지
한 20만원 가까이 들어 간 것 같다
사서 먹는 것보다 더 투자가 되더라도 키워가는 기쁨에야 비하랴
모종들도 몸살을 끝내고 이제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고
씨앗을 뿌린 곳에서도 파랗게 싹이 뭉텅이로 나와 솎아줘야 한다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랑은 지줏대도 세워 줘야하고
일요일마다 처음 몇 주는 바빴다
아내랑 세 녀석들도 농장을 하면 같이 엄청 일 할 것처럼 하더니만
막상 땡볕에 나가서 땅 파자고 하니 전부 다 밖에도 안 나올려고 한다
그나마 가까이서 사는 두 누나들이랑 같이 하자고 해서
매형이랑 누나랑이 도와주니 망정이지 혼자였다면 못하겠다고 포기할 뻔 했어
분양가가 6만원이니 3남매가 3분의 1씩 부담하자며 2만원씩을 걷었다
그 돈을 안 내면 상추랑 고추랑 따서 같이 먹는 것은 고사하고
구경하는 것도 말리겠다고 하니 낼 수 밖에
두 누나들이랑 가까이서 사니 농장도 같이 하고 얼마나 좋은가
삼겹살만 있으면 농장옆에서 근사한 야외 파티가 될 수도 있겠다
술 좋아라하는 바로 옆 총무네 신랑은
우리가 안 심은 쑥갓을 심었다며 야외파티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전북 이리 출신 떠벌이 동대표는 농장은 안 해도 불러야지
우리는 야채를 대니 고기를 사오면 될 것 아닌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같이 농장도 이웃하여 하니 자주 만나고 더 가까워졌다
아는 한약방에서 약 다리고 남은 찌꺼기를 많이 얻어와서 나누기도 하고
연장이고 물조루나 호스도 같이 쓰고 있다
아쉬움이 남을까봐 한두평 정도는 남겨 두었다
더 심고 싶은 게 있을까봐 일부러 남겨 둔 것이다
꼭 먹는 것이 아니더라도 봉숭아꽃을 모종으로 몇 그루 심어도 좋을 것이다
빨갛게 꽃 피우면 식구들 손톱에 봉숭아 물도 들여보자
바로 코 앞이 농장이니 저녁에 아내랑 나서는 산책코스도 먼저 농장으로 향하고
퇴근도 농장으로 먼저해서 둘러보고 집에 들어온다
자식들이 자라듯 어린 싹이 움트고, 잎을 내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모습에
하루하루가 신비롭고 즐겁다
어제는 비 오기전에 상추를 뜯어 놔야겠다고 바구니 가득 뜯어다가
서너장씩 싸서 생삼겹살에 소주도 한 잔했고
딸기도 처음으로 수확을 해서 엄지손톱만한 것 열개정도 따다가 맛도 봤다
맛이 어떴더냐고?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려서 잘 몰러...ㅎㅎ
-2005년 5월 18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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