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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식가가 아니어서

무랑이 2017. 5. 19. 14:36

미식가가 아니어서



맛난거 먹으러 가자며

차몰고 멀리까지 찾아가서 사먹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

딴 나라 사람들처럼 생각든다

식사란게 그냥 배부르면 되는 걸로 알아왔고

밖에 어디 나가서 뭘 먹으러 다니는게 귀찮기도 하다



점심때 뭘 먹을까 하다가도 찌개나 비빔밥이면 무난하고

매콤한거라도 먹고 싶으면 낚지볶음밥 정도로

배부르면 그저 내 세상이다



특별히 육식을 좋아하지도 않고 채식을 즐기는 탓도 있지만

점심을 사먹는 편이라서 일반정식이나 찌개를 즐긴다

맨날 밖에서 사 먹으려 해 봐라 그거 점심때 되면 신경 무지 쓰인다



그리 살다보니 저녁에 집에오면 가정식 식탁이 정겨워서 좋고

밖에 나가는건 어쩔수 없이 식구들을 위해서 따라가는게 고작이다

내가 밖에 나가기 싫어하니 당연히 외식도 적고

어디에 뭐가 맛있으니 가자해서 데리고 가는 일이 적을 수 밖에



나처럼 우리 애들이랑 장모님네 큰딸도 그러려니 생각했었는데

그 분들은 그게 아니었어

아내 생일이나 무슨 기념일에도 내가 집이 더 좋다 했다고

집에서 자기 생일상을 손수 만들어 먹었으니

무딘 놈 하고있는 꼬락서니라니, 원



쌓여있던 불만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기전에

분위기 파악하면서 살아야지 큰 일 당하겠어



미식가가 아니어서인가

게을러서인가

남들은 남자들도 뭘 요리해서 먹고 즐기던데

뭐가 무지 맛있는 것도 없고 나가기도 귀찮고

밥은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없이살면서 못 먹던 때의 산물인가

식구들한테 미안해서라도

이제부터는 고쳐 볼란다

내게 맞추기보다는 내가 맞춰가는 게 도리겠지


-2004년 11월 16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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