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와 둘째 ♧
" 엄마, 나 받아쓰기 70점 받았어 "
1학년 작은 딸이 현관에 들어서면서 큰소리로 엄마를 찾으며 한 말입니다.
" 몇 개 틀렸는데 ? "
" 70점이니까 세 개 틀렸지 "
" 야, 세 개나 틀려놓고 뭘 잘했다고 큰소리냐 ? "
" 60점 맞은 애도 있고, 10점 맞은 애도 있는데 뭘......"
" 그럼 100점 맞은 애는 ? "
" 아, 100점 맞은 애들이야 많지-"
어쩜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
공부 좀 해라해도 책가방 벗어 놓기가 무섭게 나가 놀거나, TV만화보기만을 좋아하면서도, 저 하고싶은 얘기는 거침없이 해버려서 스트레스라고는 받지 않고 사는 우리 집 작은 딸입니다. 냉장고나 과자통에 뭘 좀 채워 놨다싶으면 동네 친구들 몰고 와서 다 퍼주고, 남의 눈치보는 것도 없어서 누구네 집이건간에 배고프면 밥 달라하고 저 좋아 하는게 없으면 "먹을 만 한게 없네" 합니다
맏이는 의젓하고 진득하고, 둘째는 덜렁대고 발랄 한 게 누구네 집이나 비슷하다고들 하지만 정말 우리 집은 극과극을 달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제 언니는 5학년인데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에서 「특수반」선발시험 때문에 신경과민으로 배가 아프다고,학교까지 조퇴하고 집에 와서 속이 상해 있는데 어쩌면 둘이 달라도 저렇게 다를까?
큰애는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혼자서 끙끙대며 눈물을 질질 짜면서도 끝까지 문제를 풀어서 가져 가지만,
둘째 녀석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해놓고
"준비물은 다 챙겼니?" 하면
"아니-" 해서, 시계를 보며 난리법석을 피우고
"내가 못 살어, 못 살어" 하는 엄마에게 앞니가 두 개나 빠진 얼굴로 씨-익 웃어 보이고는 겨우 학교로 향하고, 씩씩대던 엄마는 또 놓고간 실내화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러 대며 뒤 따라 뛰고 하는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큰애는 많이 양보하고, 부모에게도 분위기 봐가며 뭘 요구해서 생일 선물같은 것도, 다음 학년 올라갈 학용품이나, 이미 사주려 했던 신발등을 생일에 맞춰서 때우기 일쑤지만,
둘째는 무슨 인형 세트나, 로울러 브레이드 같은 것만 받았습니다
생일 축하편지를 써서 건네주며, 박수만 쳐주고 어물쩍 넘기려 했다가 "편지는 편지고, 선물은 선물" 이라고 따지는 통에 한번 대게 당하고는 아예 그런 방법일랑 포기했습니다
어떤 떼거리에도 제 언니랑 똑같이 대해 줘야된다고 생각했다가도, 엄마보다 더 약하고 잘 넘어가는 아빠에게 아양떨고 꼬드기면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또 당하고 말지요
그래도 제 언니 옷 받아 입는 것은 따지지 않고 군소리 없이 헤질 때까지 입어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큰애는 너무 속으로만 삭이며 살다가 속병 날까봐 걱정이고, 작은애는 무슨 일을 또 저지를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성격이라 걱정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둘째가 그래도 효도할거라고도 하고, 큰애라고 안심할 성격이 아니라 더 문제라서 신경 써야 한다고도 합니다
둘이 섞어서 다시 반으로 딱 나눴으면 좋으련만........
부처님 같은 우리 큰딸을 개구진 성격으로, 망아지 같은 우리 작은 딸은 느긋한 소걸음 성격으로 반반씩 나누어서 키울 수 있는 방법 어디 없나요?
-2003년10월21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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