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방송 「여성시대」 99년1월호 책자에 실린 글
【 아내의 새 남자는 백수 】 글/ 하태수
두분 안녕하십니까?
아내에게 새 남자가 생겨서 저는 요즘 안녕하지 못합니다.
내 나이가 불혹의 40인데 비하면 젊고 예쁜 제 아내는 이제 30을 막 넘겼습니다. 그러니 새 남자를 갖고 싶었겠지요.
우리 부부는 88년에 결혼하고부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폐암선고를 받은 어머니 때문에 살아 계실 때 결혼식을 올리자고 19일만에 결혼식을 서둘렀고, 결혼 후 한달 여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신혼다운 신혼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5개월만에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장모님이 또 뇌일혈로 갑자기 돌아가신 겁니다.
장인 먼저 보내시고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터에 유일하게 돈을 버는 맏딸을 우리 어머니 때문에 급하다고 낚아 체다 시피 데려왔던 터라 처남, 처제 우리 두 딸 이렇게 여섯이서 올 봄까지 같이 살았습니다.
처제는 봄에 결혼해서 신랑에게 갔고, 초등학생이던 처남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직장 따라서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처남, 처제가 쓰던 방을 두 딸들에게 주고 나서
결혼 십년 만에 잃어버렸던 신혼을 다시 찾는구나 싶어서 신이 났는데
이게 무슨 아내의 변심입니까?
그 남자의 이름은 대호!
먹고 살기 바빠서 시커멓게 그을린 나보다야 아직 새파랗다 못해서 허여멀겋게, 하는 일 없이 놀고 먹는 백수인 그 녀석에게 아내가 빠져도 너무 빠져서 나는 안중에도 없는 겁니다. 어제 밤도 그 녀석과 밤을 꼬박 새우고서 지쳤다며, 새벽에 출근하는 저에게 봉지두유 모서리를 가위로 싹둑 잘라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더군요. 저는 두유를 쪽쪽 빨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낮에 집으로 전화해 보면 자동응답기에 "새로 생긴 남자와 외출중입니다. 용건을 남겨주세요." 해놨습니다.
더욱 열 받는 것은 그 남자의 몸매가 아주 환상적이래요. 그 녀석을 목욕시켜 줄 때는 황홀해 지기까지 한다는 겁니다. (포경수술도 어쩜 그렇게 예쁘게 잘했냐는 말까지 합니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닙니다. 아빠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있는 남자라던 두 딸들도 그 녀석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되어 잠자리도 딸들 방으로 밀려났고 방중에 잠이 깨서 마누라가 그리워 불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심조심 안방으로 가서 문을 열어 보니, 두 딸들을 한쪽에 재워놓고서 또 그놈하고, 잠도 안 자고 남편이 아닌 그놈을 끌어안고 풍만한 젖가슴을 물리고 있는 겁니다.
내 아내 돌리도-.
내 마누라 돌리도-.
1. 본인- 하태수 (젊은 아내에게 있어 눈 밖의 남자)
2. 처-임명숙(젊은 아내)
3. 딸-하나리
4. 딸-하누리
5. 아들-하대호(젊은 아내의 새 남자. 먹고 자고 싸기만 하는 백수)
-2003년10월21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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