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의 꿈◈ - 하 태 수 -
빈방을 하나 두고싶다.
내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방을 비워 주리라..
그래도 밤에는 추었던
10월말..
서울시내 한복판을 헤매다
청소부들이 피워놓은 모닥불 옆에서
자존심 한보따리 끌어안고
쭈그린 채 잠들었던
떠돌이가 있었다.
조그만 내 방 하나 없는
서울이 너무 넓고 추웠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추위는 참을 수 없었다.
추워도 잠은 왔다
이러다 얼어 죽겠다
살려고 불을 찾아 잠이 들었다.
떠돌이는 내방을 꿈꿨다.
나를 찾는 또 다른 이를 위해
빈 방도 하나 두고싶었다.
아무말 않고 따뜻한 밥을 지어 주리라.
아무것도 묻지 않고 군불을 지피리라.
푹 쉬고 난 다음 힘을 얻어 돌아가게 하리라.
일회용 면도기와 칫솔옆에
새 양말을 접어놓고
고무줄 바지에
차비라도 주머니에 얼마간 넣어 두면 좋으리
때때로 떠돌이 아닌 사람이 누구랴
그저 아닌 듯 살아갈 뿐.....
-2003년10월21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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