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 날 줄 알어, 아주
가끔씩 아내가 차를 쓰겠노라 압력이 들어오면
차를 놓고 서울로 연결되는 광역버스를 이용하여 출근을 한다
습관적으로 맨 앞자리에 앉는다
전에 대형차를 운전해 본 경력이 있으니 그 감각도 잃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고
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갖가지 모습들이 재미있기도 해서다
미처 마르지도 않은 머릿결을 만지며 오르는 아가씨
술이 덜 깨서 눈에 졸음이 가득한 아저씨
핸드폰으로 계속 중얼거리며 타는 총각
학생부터 직장인, 연세 지긋하신 분들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아침 출근길을 서두르며 버스에 오른다
반대편에서 지나쳐 가는 같은 회사버스를 어찌 그리 잘 알아보고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서로의 미소에 흐뭇하기도 하다
옛날, 먼지 뿌옇게 날리며 옥주여객이 신작로를 지나 갈 때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학창시절도 생각난다
친절도 해요, 버스 기사분들이 꼭 따라서 손을 흔들어 주셨지
항상 승용차를 운전해서 출근하다가 느긋하니 몸 맡겨 놓고서 버스를 타니
편하기도 하고 에너지 아껴서 애국한다는 생각도 들고 좋다만
이놈의 마누라가 쬐끄만 중고 티코라도 자기 차를 어쩌고 들먹여서 깜짝 놀라게 하는데
그런 말 안 나오게 하려고 필요하다면 어서 쓰시라고 내어주고
일부러 어제 퇴근하면서 세차까지 말끔하게 해서
바로 나가기 좋은 곳에다 주차해 놓은 걸 알기나 하나 몰라
처음으로 바닥 매트까지 직접 세척하면서 헤멘 걸 생각하면
차 안을 어질러 놨다간 용서가 안 되지
설마,
거시기... 뭣이냐,
낯에 선 꼬부라진 수염 같은 것이야 안 흘리것제
급해도 단추는 서서히 푸는거여
혹여 어떤 놈 와이셔츠 단추라도 차 바닥에 떨어져 있거든
절단 날 줄 알어, 아주
-2005년 7월 19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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