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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자 주는 날

무랑이 2017. 6. 9. 12:04

이자 주는 날--



큰 애 출생신고하러 가던 1989년에

농협에서 1,000원을 넣어서 「출생기념통장」이라며 주었다



그때부터 용돈받은 것이랑 세뱃돈 받은 것이랑

주머니에 동전도 가끔씩 저금통에 넣어 모았다가 저금시키고 한 것을

지금까지 한푼도 찾지않고 모으고있다



둘째랑 셋째랑도 똑같이 경쟁이 붙어서

매주 타는 용돈도 서로 아껴서쓰고 모아

각자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을 지니고 저금액들을 확인한다



IMF로 주식이 바닥일 때 그 돈으로

주식의 “주” 자도 모르면서 남 따라가 소 쥐밟듯이 튀기기도해서

집을 늘려가는데 큰 몫도 했으니 우리 집의 종자돈이 된 셈이다

어른들이 보면야 금액이 별거 아니지만

저네들에게야 모두 큰 금액일 것이다



엄마한테 받는 것 말고 아빠한테도

매주 일요일마다, 큰녀석은 커피타서 커피값으로 용돈받고

둘째는 구두닦아주고 받고

막내는 현관에 신발정리랑 침대정리랑해서 받고



가끔씩 갸르르하게 한잔 했을때

두 놈이서 젓가락행진곡이라도 협주하면 이뻐서

지갑꺼내 퇴퇴 침발라가면서 건네고



막내만 데리고 갔을때 혼자 받은 것이나

손님이 와서 주고 간 것도 공평하게 나누어준다



이렇게 때묻고 코묻은 돈이기에

정말 어렵고 쪼들려서 만기를 앞둔 보험을 해약해야 할 때에도

애들 용돈 저금한 것은 차마 손 댈 수가 없었다



분명하게 약속도 했다

저금하는 것 모두 각자 자기들 것이므로 엄마아빠가 간섭하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필요할 때는 정당하게 쓰라고



은행에 넣어놓고 있어봐야 이자라고 없으니

내가 빌려 쓰고서 매월 백만원당 만원씩쳐서

말일에 이자를 각자에게 나눠준다

당연히 큰 애가 제일 많고 막내까지 순서대로 금액 차이가 난다



이자주는 날자 밀려본적 없고 깎자는 소리 한번 안 해봤다

돈 주인들이 그걸 용납도 안 할 것이고

다 내놔라하면 내가 손해라서 그저 감사할 따름으로 갖다바친다

나는 2부이상으로 돌려서 나머지는 챙기고 있으니

내 수입도 짭짤한 장사인데 소홀히 대할 수야 없지



지난 달에는 각자 통장에 다 넣었다가

집앞 현금인출기로 셋 모두를 데리고가서 모두 만원권 현금으로 빼서

방바닥에 풀어놓고 각자 자기 것을 세어 보게도 했다

인출기까지 실감나게 도와주느라고 현금이 바닥나서

다른 곳에 옮겨서 마져 빼야했다



오늘이 16일이다

15일을 기준으로 계산해서 우리집 보석들에게 이자 갖다 바치는 날이다

셋이 걷어서 후라이드에 생맥주 좀 쏘라할까 생각도 해보지만

얄짤없이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서라, 저리들 모으면서 좋아라하는데 안 될 말이다



-2004년 10월 16일 하태수-

 

 

출처 : 진도 3,9고등학교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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