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이야기/희망찬 글

추석, 친정을 찾다

무랑이 2017. 10. 6. 12:30

 

 

 

 

 

 

 

 

 

올 추석, 여보의 친정을 찾기로 했다.

친정집... 참 낯설다.

사실은, 시댁이고 친정이고 갈 곳이 없어서 명절에는 늘상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맞던지, 작은어머님댁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곤 했다.

작은집에도 계획이 있어서 못 간다고 알렸다

양쪽 부모님이 안 계시니 맏이였던 여보가 동생들에게는 친정이었고, 내가 외아들이니 시누이인 누나들에게는 우리 집이 또 친정이었다.

그런 여보에게 친정이라는 곳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이 편한 곳?

주방에서 자유로운 곳?

막혀도 찾아가는 정체 길?

좀 쉬고 싶은 곳?

그래... 그런 곳을 친정집으로 만들어 보자며 단둘이 나서서 명절에 영화관에도 가보고 쇼핑도 해보곤 했다.

 

아침 일찍 차례 지내고 음복주가 거나해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 친정 갈 채비를 했다.

편하게 가고 싶어 하는 곳이 곧 친정이다.

이번에는 바닷가를 가자했다.

친정에 간다고 세차도 했고 먼지 하나 없이 정성스레 광택도 냈다.

복장은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입고 운동화도 신었다.

느끼한 명절음식 말고 라면 두 개에 냄비만 트렁크에 챙겼다.

헐.. 친정길에 라면 두 봉지라니...ㅎㅎ

장소가 된다면 바닷가에서 끓여 먹자했다.

상황 봐서 바지락 칼국수도 좋고...

 

강화도 보문사로 한시간을 향하다가... 하아... 길이 너무 막혀서 영종도 바닷가로 차를 돌렸다.

누가 기다리는 친정이 아니니 바꾸면 되지 뭐~ㅎㅎ

영종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도 하고,

왕산해수욕장이랑, 을왕리해수욕장이랑,

선녀바위 붐비는 곳도 거치고,

해안가 방풍림 솔밭 사이에 영업휴무인 가게에 차를 세우고 언덕 위로 가봤더니...

와우~ 그 곳에 그림같이 멋진 바다가 펼쳐진다.

식당 야외 탁자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모래사장 산책도 하고~^^*

우리처럼 바닷가를 친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나 보다.

해안으로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꽤나 있다.

중딩쯤 되는 아들이랑 바다낚시를 하던 아빠는 커다란 통에 망둥이 한 마리와 아들과의 멋적은 추억을 채워놓고 웃기도 한다.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가족단톡방에 여러 장 보냈다.

저녁노을이 지려는 바닷가 사진에는 친정이 없던 내 아내랑 외가를 모르는 애들 엄마랑 둘이 겹쳐서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여보야, 내년에도 시원하고 편안한 친정집을 또 찾아봅시다.

기다리는 부모님이 안 계시면 어떻고, 씨암탉이 없으면 어때...^-^

연휴에 해외여행객들로 인천공항이 붐빈다는데 그 곳 영종도에서 날아다니는 비행기만 보고 왔지만, 

우리도 이제는 당신이 친정으로 원하며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지 내가 당신 곁에서 항상 함께 하리다~^♥^

2017년10월4일 추석에...

 

 

(덧글) 2017.10.08 06:51

나중에...
아주 오래오래 후에 애들끼리 보도록
엄마아빠의 얘깃거리를 모아가고 있다.
이별은 정해져 있는 거고,
추억은 쌓아가는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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