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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일 무섭고도 제일 좋은 사람

무랑이 2017. 5. 19. 11:46

제일 무섭고도 제일 좋은 사람 

 

 

 

부모로서 올바르게 산다는 게 어떻게 사는 것일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때가 올바로 사는 부모의 모습일까?

 

돈을 많이 벌어 부유하게 사는 사람

높은 관직에 올라 식구들까지 같이 대접받게 하는 사람

이름만 대면 다 알아보게 출세한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모든 자녀가 바라고 부러워하는 부모일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되어 보더라도 부러워 보인다

그런 부모이고도 싶다

그러나 내게는 그렇게 살만한 능력도 없고, 재주도 없다

내 위치를 성실이니 정직이니 따위의 소리로 합리화하려고 하지도 않겠다

그런 말들은 좋은 말이기는 해도 춥고, 배고프고, 몸 아픈 사람들에게는

너무 이상적인 단어일 뿐이고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세 녀석 모두 다 「제일 무섭고도 제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무섭다기보다는 엄하다고 고치고 싶지만 일단은 저네들의 표현이 그렇다

 

거짓말 하지 않기

약속 지키기

부부끼리 서로 존중하며 대하기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 해 끝까지 책임지기

미래를 위해서 늘 공부하며 준비하기

큰 애부터 중간, 막내까지 편애하지 않기

식구들간에 서로 인격적으로 대하기

구체적인 칭찬 많이 하기

꾸준히 운동하기

이런 것들이 가장으로서 노력중인 사항들이다

신이 아닌 사람인데 어찌 다 지키며 살랴, 그저 노력하며 사는 중

 

가끔씩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좋아라하는 녀석들인지라

너무 반듯하게도 말고

너무 빗나가지도 말자 한다

우리 애들이 나를 무섭다고 하는 것은 내 기준이 너무 획일적이어서 일까?

기준으로 생각하는 선에서 행동의 폭을 너무 좁혀 놓은 탓일까?

매를 들어 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오래 되었고

공부하라거나 아니면 뭘 하지 말라거나하는 잔소리도 하지 않거늘

왜 제일 무서운 사람이라고 할꼬?

 

단순히 내 자의적인 판단으로 생각하자면

말에 무게를 담으려 하는 행동때문이 아닐까?

난 농담이나 장난으로라도 거짓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깜짝쇼도 싫어한다

예를 들어 집 앞에 다 와서 전화로 사무실이라고 해 놓고 짜-잔- 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기다리던 사람들이야 놀라면서 빨리 온 것이 반갑겠지만

그게 몇 번씩 반복되다보면 정말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도

“얼른 들어오지, 이 인간 또 장난치고 있네”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당장은 욕먹고 손해같지만 있는 상황을 사실대로 얘기했을 때

나중에는 더 믿음이 생기고 득이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내 주변사람들이나 식구들이나간에 내가 어디에 있다거나 뭘 한다거나하면

의심을 하면서 통박을 한 번 굴려서 듣는 경우는 드물거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애들을 깨울 때에도 내가 깨울 때에는

어째서 또 자냐, 얼른 일어나라, 또 눕지마라 하지 않는다

“시계 봐라” 하고는 시간 확인하는 걸 보면 그 걸로 끝이다

그 다음에 일어나는 문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애교스럽게 안아달라고 팔을 벌려서 안기면 도듬어 일으켜주고 등도 긁어주고 다독이지만

고개를 들어서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누우면

정신 좀 가다듬고 일어나려나보다하고 그냥 나온다

늦으면 자기가 늦지 내가 늦나, 그냥 둔다

9시까지 자든지, 10시까지 자든지 푹 자고나면 일어나겠지, 뭐

학교는 일어나서 그때 가던가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게 깨우는 게 아니고 시간만 알려 주면 스스로 일어나도록 하고서

처음의 초조함을 넘어섰더니 이제는 그렇게 습관이 되어 가고 있다

 

금연하는 모습이나

절주하는 모습이나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나

아이들에게 한 사소한 약속이지만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이런 것 모두가 아이들 앞에서

올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이 아닐런지

 

살갑게 대하려고 한다

얘기도 많이 들어주고 대화도 많이 하려고 한다

대화의 수준을 맞추려 밤 늦은 개그프로도 깔깔대며 같이 본다

엄마아빠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행동할 수 있는 양심이라면

친구들이랑 늦어도 좋고, 친구집에서 자고와도 좋다며 허락한 적도 있다

그러나 아빠하고 한 말에는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아빠도 저들에게 사랑하는 마음만큼 말과 행동을 같이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저들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아빠이면서

제일 좋은 사람이 또 아빠라는 우리 아이들의 말이

좋은 뜻일까?

아니면 불만의 뜻일까?

 

-2007년 6월 30일 하태수-

 

덧글--

우리 집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가족글 모음집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는 만큼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입니다

글을 주기도, 또 받기도 한 내용들을 모아놓은 것이지요

내 자신이 넘치는 사랑으로 자라서 애들에게도 그렇게 베풀고 싶기도 합니다

 

이 글도 가족글 모음집에서 옮겨 싣습니다

이웃이 살아가는 모습도 때로는 본보기나  다짐이 될 수도 있겠기에

다른 학우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생각도...

 

-2007년 6월 30일 하태수-

 

 

출처 :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산건회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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