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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능시험을 마친 딸에게--

무랑이 2017. 5. 19. 11:52

수능시험을 마친 딸에게--

 

 

딱 1년전인 작년 11월16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였습니다

그때 우리 딸이 고2 였지요

힘들게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가엾고 안쓰러운 마음에 우리 가족들이 모여서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의 시험지옥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 가족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년에 수능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술이나 한잔하자며 포도주를 담갔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참여해서 담그고 밀봉을 해서 메모지에 글도 써넣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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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소나기

                       -언니에게-

 

1년 뒤

내가 거닐 앞길을 촉촉히 적셔 줄

달콤한 소나기

 

소나기는 짧지만

모든 땅을 촉촉히 적신다

 

1년 뒤 새로 나올 어린 새싹을

더 강하고 예쁘게 피게 해 줄

달콤한 소나기 한 병을 담근다

 

-2006년 11월 16일-

 

 

아빠는 정리하고 : 포도1상자, 소주1.8×3병, 흙설탕 조금

                 담근날 : 2006년 11월 16일 수능시험일

                 개봉일 : 2007년 11월 15일 수능시험일

 

대호의 응원 : 누나 화이삼~ ♡ ^-^

 

엄마도 한마디 : 3만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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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딸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왔습니다.

가슴 졸이며 시험장밖에서 기다리던 부모님들 사이에서 몰려나오는 아이들 사이에서 딸을 발견하고 안아라도 주고 싶었지만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면서 나오는게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하고 좋아 보였습니다.

시험을 어떻게 보았는지 결과를 묻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편하게 좀 쉬도록 해 주고 싶었고 먹고 싶은 거라도 먹이고 싶었습니다.

삼겹살이 먹고 싶다기에 집에 오는 길에 사와서 굵직하게 굽고

오늘을 위해 1년전에 준비했던 포도주를 꺼내어 먼지 털어내고 그때 메모했던 것이랑 보면서 아직도 고등학생인 딸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무던하게 잘 참고 공부해 줘서 고맙다. 자~ 한잔하고 푹 자렴...”

아내에게도 “당신도 그동안 고생했오. 딸이랑 건배 한번 합시다”

“대학생을 위하여~”

 

사랑하는 내 이쁜 딸아!

졸업이 또 다른 입학으로 연결되고,  살아가는 삶이 시험의 연속인 세상이지만 한단계마다 즐겁게 맞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힘든 시험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늘 가까이에 가족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우리 가족으로 인해 용감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세월이 흘러감을 뒤에서 보지말고 미리서 준비해놓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포도주같은 인생을 우리 딸이 살아갔으면 좋겠다

가족끼리 갖는 사소한 일이라도 소중한 추억으로 가슴에 안고 자라서 엄마아빠의 이런 글들을 보면서 나중에 네가 어른으로 성장해서 또 그런 추억들을 자식들과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험을 마치고 지쳐있을 우리 딸에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고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고등학교때의 친구들이 가장 오래 기억되어 좋고, 친구도 술도 오래될수록 좋단다

 

자, 한잔 하자

오래될수록 깊고, 진한 향이나는 포도주를...

 

 

-2007년 11월 15일 수능일에 아빠가 쓴다-

 

 

 

출처 :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산건회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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