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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문의 영광 - 달리기1등

무랑이 2017. 5. 19. 11:56

가문의 영광-달리기 1등

 

근로자의 날인 5월1일에

막내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했다

좀 늦게 운동장에 도착했더니

손등에 동그란 원에다 1이라는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걸 보여 준다

1학년 때부터 6명 개인달리기에서 항상 1등을 했고 계주대표도 했었다

올해도 계주 대표로도 뽑혀서 반에서 2명이 나가는 릴레이에도 참가했다

실로 가문의 영광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운동회건, 무슨 시합이건, 체육대회건 간에

달리기를 해서 1등을 해 본 사람은 아직까지 한 번도, 한 명도 없었다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누나들도 그렇다

할아버지도 경찰들 체육대회때 맨 날 달리기에 꼴찌만 하는 것이 열 받아서

한번은 죽어라고 젖먹던 힘까지 다 해 달리며 ‘이 정도면 꼴찌는 아니겠지’

이를 악물고 뛰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란다

 

아빠인 나도 그 많은 운동회를 거치면서

3등까지 주는 공책 한 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운 좋게 네명이 달리게 된 적이 있어서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절호의 기회다 싶었지만 그때도 4등을 했다

그러나 그 4등이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다

못된 것들 같으니라고,

자빠지고 넘어지는 놈 하나없이 아주 잘들 달리더구만...

 

엄마라고 다를소냐

어렸을 때는 못 봤지만 보나 안보나 뻔하다

깜빡거리는 신호등이나 출발하려는 버스라도 달려서 가본 적이 없다

“그까이거 대충... 다음 신호나 다음 버스를 타면 되지” 하는

급할 것 하나도 없이 사는 충청도 팔자걸음 양반이시다

 

누나들도 그 부모의 딸들인데 잘 달리면 돌연변이지

당연히 친구들 다 앞세워 몰고 뒤에서 달리며 내 딸임을 입증해 보였다

유독 아들만 종자가 개량해졌는지 운동을 좋아라 한다

먼지에 땀흘렸다고 샤워시키더니

손등의 도장 좀 조심해서 안 지워지게 씻기제, 원

다음 날도 보게 신경써서 씻으라고 일렀건만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서 다니게 할 걸 그랬나...? ㅎㅎㅎ

 

-2008년 5월 2일 하태수-

 

출처 :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산건회
글쓴이 : 하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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