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달리기 1등
근로자의 날인 5월1일에
막내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했다
좀 늦게 운동장에 도착했더니
손등에 동그란 원에다 1이라는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걸 보여 준다
1학년 때부터 6명 개인달리기에서 항상 1등을 했고 계주대표도 했었다
올해도 계주 대표로도 뽑혀서 반에서 2명이 나가는 릴레이에도 참가했다
실로 가문의 영광이다!!
우리 집에서 운동회건, 무슨 시합이건, 체육대회건 간에
달리기를 해서 1등을 해 본 사람은 아직까지 한 번도, 한 명도 없었다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누나들도 그렇다
할아버지도 경찰들 체육대회때 맨 날 달리기에 꼴찌만 하는 것이 열 받아서
한번은 죽어라고 젖먹던 힘까지 다 해 달리며 ‘이 정도면 꼴찌는 아니겠지’
이를 악물고 뛰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란다
아빠인 나도 그 많은 운동회를 거치면서
3등까지 주는 공책 한 번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운 좋게 네명이 달리게 된 적이 있어서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절호의 기회다 싶었지만 그때도 4등을 했다
그러나 그 4등이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다
못된 것들 같으니라고,
자빠지고 넘어지는 놈 하나없이 아주 잘들 달리더구만...
엄마라고 다를소냐
어렸을 때는 못 봤지만 보나 안보나 뻔하다
깜빡거리는 신호등이나 출발하려는 버스라도 달려서 가본 적이 없다
“그까이거 대충... 다음 신호나 다음 버스를 타면 되지” 하는
급할 것 하나도 없이 사는 충청도 팔자걸음 양반이시다
누나들도 그 부모의 딸들인데 잘 달리면 돌연변이지
당연히 친구들 다 앞세워 몰고 뒤에서 달리며 내 딸임을 입증해 보였다
유독 아들만 종자가 개량해졌는지 운동을 좋아라 한다
먼지에 땀흘렸다고 샤워시키더니
손등의 도장 좀 조심해서 안 지워지게 씻기제, 원
다음 날도 보게 신경써서 씻으라고 일렀건만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서 다니게 할 걸 그랬나...? ㅎㅎㅎ
-2008년 5월 2일 하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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