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써보는 유언장-미안하구나,막내야
자식은 부모의 애완용이 아니건데
나이들어 낳은 늦은 자식을 바라보는 아비의 마음이
어찌 기쁜 마음뿐이랴
내가 회갑인 60이면 막내야, 넌 20이되고
애비가 결혼했던 서른살이 되는 네 나이에는
내가 칠순이 된다
퇴근하고 오면 로보트나 장난감총으로 같이 놀아주기를 바라지만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애비는 어색하기만 할 뿐
첫 애를 낳았을 때의 애틋함으로 안고, 업고 널 대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막내야
열 살 터울이나 되는 큰누나도 너와 놀기에는 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작은 누나에게만 귀찮을만치 매달리거나
혼자 중얼거리며 노는게 일상이 되었다
막내 네가 학교생활을 마치는 때가 언제일꼬
군대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때는 또 언제일꼬
철이 들어 애비랑 소주잔이라도 부딪치며 인생을 논할 때는 또 언제일꼬
그럴즈음 애비는 또 몇 살이 되어있을꼬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얘기 나눌수 있는 햇수가 몇 해나 될꼬
총총한 정신으로
네가 사회에서 두발로 우뚝 서있는 모습을 마주 대하는게
5년이될지, 10년도 더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너무 짧아
나이든 아비가 네게 힘보다는 부담이 될 걸 생각하면
미안하구나, 막내야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너랑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되는 의무감으로
독하게 담배도 끊고
쉼없이 달리기도 시작하고
정년이 없는 자격증에도 도전해 보고
부모와 같이 사는 기간이 제일 짧아서 더 애틋한게 막내라더니
더 젊을 때, 더 팔팔할 때
너랑 같이 보낼 수 있는 나날이 너무 짧아
이 애비가 막내 너랑 얼마나 같이 살지는 모르겠다만
내게 있어서 살아가는 이유와 기쁨이 되게 해 준
내 소중한 막내에게
혹여 말도 못하고 말까봐 미리 얘기해 두련다
미안하구나, 막내야
사랑한다, 내 막내야
-2004년 9월 1일
유언이라 생각하며 아빠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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